다양한 관심꺼리2009. 10. 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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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식기도  11  일째

 

 


 

다 죽어버릴까?

 

“야 조심히 가라 잉! 빨리 달리지 말고.”

“헤헤, 요새는 천천히 다녀요^^”

어제 천막을 나서는 데 문규현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다.

 

오늘 아침 새벽에 전화가 왔다.

문 신부님이 응급실에 계시다고 빨리 오란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갔다.

전 신부님, 나 신부님이 응급실에 계신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야 큰일 날 뻔했다.”

“아침에 심장이 멈췄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무 생각이 없다.

성모병원으로 옮긴다고 응급차가 먼저 떠난다.

응급차에 실리는 문 신부님의 모습이......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난리다.

의사들이 간호사들이 정신이 없다.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말하면서 치료한다.

호흡기를 꼽고 주사를 꼽은 모습이 애처롭다.

들어가기 싫었다.

우리 문 신부님이 그렇게 누워있는 것을 보기 싫어서......

 

 

 

응급실에서 나와서 담배를 핀다. 담배가 쓰다.

단식을 해서 몸속에 필요한 것들이 많이 부족하단다.

물도 많이 안 드시고, 죽염도 많이 안 드신 것 같단다.

옆에서 흰수염 신부님은 눈이 빨갛다.

단식은 죽으려고 하는 마지막 수단인거여.

그래서 힘든 거여.

하는 것도 힘들고 끝내는 것도 힘들고.

 

중환자실로 옮기는 데 따라 갔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왜 그려. 무슨 일이여. 빨리 빼!” 라고

말씀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침대에 힘없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경찰에게 큰 소리치고, 이리저리 뛰면서 사람들을 보호하던 모습이 아니다.

약자 편에서 언제나 함께 하던 모습이 아니다.

지금은 힘없이 누워있다.

강자에게 맞아서 힘없이 누워있는 저 강도만난 사람과 같다.

십자가에 힘없이 매달려 있는 갈릴래아 사람 예수 같다.

 

인터뷰를 하고 난 전 신부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른다.

함께 눈물을 흘린다.

“다 죽여라. 다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냐?”

속으론 문 신부님 죽으면 안되요. 기도한다.

살아나시라고 기도한다. 함께 다시 싸우자고 기도한다.

 

사제로 산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나 자신을 위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가신 그분의 뒤를 따라 가는 것이다.

그분의 십자가와 죽음을 따라 가는 것이다.

밥을 굶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은

우리의 행복이나 기쁨이나 만족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에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문 신부님

일어나세요.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새까만 얼굴에 환한 웃음이 보고 싶어요.

일어나서 우리와 함께 다시 싸워야지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함께 웃으며 사는 그날을 위해서요.

 

기도해주세요.

빨리 일어나시게요.

다시 일어나서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게요.

그리고

함께 해주세요.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진정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더 이상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말도록.

 


11월 2일 서울광장으로 와 주세요.

 

 

 

10월 21일 천막 풍경

 

송년홍, 문규현, 김종성, 오병수 신부님.

 

인터뷰하시는 전종훈 신부님.

 

기도하시는 송년홍, 문규현, 나승구, 김종성, 오병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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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처럼

2009년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묵상

 

지난 월요일(12일)부터 단식기도 중입니다.

비바람 치고 날은 추워지는데, 이제 곧 한 겨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여 세월인데, 총리라는 사람도 임명 직후 다녀갔는데, 용산참사 현장은 도대체 달라지는 게 없으니, 이거 우리의 기도가 부족하구나 싶어 단식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가진 시국미사 뒤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님이 홀로 삭발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그 고난의 십자가를 그분 혼자 지고 가는 게 너무 마음 안 좋아 ‘나도 같이 하마’고 내친 김에 그렇게 동행하는 중입니다.

 



형님 문정현 신부님은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꼭 해야겠어?” 하십니다. “너도 이제 늙은이다. 옛날 문규현이가 아니야.”며 측은한 눈빛으로 말입니다. ‘어이구, 허구헌날 천막 지키고 계신 형님은 뭐 꽤 젊은 줄 아시우?.’ 하고 속으로 ‘저항’ 좀 했습니다. 달리 해드릴 수 없는 게 늘 죄송했는데 이참에 마음이라도 더 보태고 싶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어제 금요일엔 문자로 ‘전종훈 신부가 힘들어하니 안타깝다.’는 소식을 보내오셨습니다. 멀리서라도 함께 단식기도 하고 있는 처지지만 이런 소식엔 더욱 가슴 아픕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 힘들어하는 꼴을 못 보는 착해빠진 나 신부님도 같이 단식기도에 참여 중이어서 마음은 더욱 짠해옵니다. 하느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드리는 이 기도를 부디 들어주시어, 어서 용산참사의 진실이 규명되고 하루 속히 망자와 유족들이 주님의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한없이 편안하니 마음의 평화를 택하길 잘했습니다.

속이 시끄러우면 암도 잘 걸린답니다.

 



이번 주일은 전교주일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전교하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시간입니다.

세상에 종교가 없어서 불의와 폭력이 판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천주교 신자가 적어서 반생명 반평화가 만연한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종교가 없다면, 그리스도교가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훨씬 더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많은 식자들이 적잖이 말합니다. [예수는 없다]라든가 [만들어진 신]과 같은 그리스도교 비판서들이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곤 합니다. 맹목적인 ‘예수천국 불신지옥’마냥 거기서 거기인 외형과 성장에 집착한 전교를 여전히 앞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들마저 경쟁과 갈등, 성공과 승리의 신심을 강조하는 데 대한 반감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마저도 이익집단, 이기적인 집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전교하고 선포해야 할 것은, 세상으로 가져가 헌신하고 투신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연민입니다. 종교의 뿌리도, 존재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종교와 신앙으로 위장한 하나의 업종일 뿐입니다.

 



예수님께 받은 사랑이 있다면, 우리의 양심은 분명 그걸 전해야 한다고 속삭일 겁니다. 그 좋고 좋은 것을 어떻게 혼자 독차지 하겠습니까. 그 좋은 것을 어떻게 혼자만 알고 혼자만 맛보고 있겠습니까. 이웃과 나누며 더 크게 더 많이 즐기고 싶어야 마땅합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나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들,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연민을 전하는 것, 이것이 기쁜 소식이고 복음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님 구원의 역사가 실감나게 하는 전교일 것입니다.

 



특정한 이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전교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헌신의 강력한 힘을 더 퍼올리고 자꾸 써서, 세상이 그리스도인의 진실한 모습을 알아보도록, 우리를 통해 진짜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환호하도록, 내가 먼저 나서고 또 동반자가 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위해 그러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 문규현 신부 드림

Posted by HappyB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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